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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의사입니다. 응급실, 소아과 왜 망했을까요?

현직 의사입니다. 응급실, 소아과 왜 망했을까요?

저는 ‘필수의료’라고 불리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로 돈 더 주는 사립병원 가지 않고 공공병원인 적십자병원에 일하고 있습니다. 제 아내 역시 ‘필수의료’인 내과, 그 중에서도 돈 안되는 감염내과를 해서 사립병원이 아닌 대학에 남아있습니다. 저희 부부는 의사 중에서도 진보적인 편이라서 유니세프, 국경없는의사회 등에 매년 500만원 가량 꾸준히 기부하고 있으며 지난 수술실 cctv 설치를 적극 찬성했습니다.

소아과는 대한민국 건국이래 단 한번도 의사들 중에 돈을 잘 번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소아과 선택하는 의사들은  아이가 좋아서, 사명감으로 선택한 돈 욕심 없는 사람들입니다. 20년전과 비교해 어린이들 40% 감소했는데 소아과 전문의는 84%가 늘었습니다. 따라서 소아인구당 소아과의사는 지난 20년간 3.05배 늘었습니다. 20년 전보다 소아당 의사수가 3배 넘게 늘었는데 20년전에도, 10년전에도 없던 소아과 오픈런이 왜 지금 일어날까요? 

doctors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3481

제가 하고있는 응급의학과는 20년도 아닌 지난 10년동안 전문의수가 2.5배 늘었습니다. 그런데 왜 지방에 응급의학과 의사가 부족해서 몇억을 줘도 못구한다고 기사가 나오고 ‘응급실 뺑뺑이’가 계속될까요?

medigatenews.com/news/1126355201

소아과 전문의 중 20%가 소아과로 일하지 않습니다. 아이가 좋아서, 돈보다 사명감으로 소아과에 들어가 4년간 고생하며 전문의가 되었는데 소아를 포기합니다. 4년간의 노력과 지식을 버립니다. 응급의학과도 마찬가지 입니다. 응급실을 선택한 제 선배, 동료들 10%가 응급실을 버리고 떠났습니다. 단순 돈 때문일까요?

yna.co.kr/view/MYH20230513001400641

medifonews.com/news/article.html?no=180947

물론 저희도 가정이 있고 아이도 키워야 하고 집도 사야죠. 돈 더 준다는데 마다하는 사람 있겠습니까. 그런데 소아과나,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돈 바라고 온 사람들은 별로 없습니다. 일주일에 하루쉬고 매일 16시간을 일하며(평균 주 93시간) 사명감으로 4년이나 버텨온 사람들입니다. 단순히 돈 못번다고 안할거면 애초에 선택해서 4년이나 고생하지도 않았습니다. 돈 못버는거 다 알고 들어왔습니다. (참고로 지금은 법이 개정되어 주 88시간으로 줄었으나 일반인 주 52시간의 1.7배입니다.)

munhwa.com/news/view.html?no=2015072301031121080001

소아과의 20%가, 응급의학과의 10%가 빠져나간 것은 형사처벌 때문입니다. 소아과 오픈런과 응급실 뺑뺑이는 판사들과 국회의원들이 만들었습니다. 이대 목동 신생아실 사건 기억하실 것입니다. 초등학교 아이를 둔 엄마였던 소아과 교수는 구속되어 재판 받았습니다. cctv와 전자의무기록 가져가서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고, 교수이자 초등학생의 엄마로 도주 우려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행정부인 검찰과 사법부인 법원은 그녀를 구속시켰습니다. 그러나 결국 대법원에서 무죄가 나왔습니다.

docdocdoc.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00649

이 사건은 소아과의사는 물론, 응급의학과, 중환자의학과, 외과, 흉부외과, 내과 등 ‘필수의료’의사들에게 엄청난 정신적 충격을 주었습니다. 결국 내 잘못이 없고 최종심에서 무죄가 나오더라도 구속재판을 받을 수 있구나. 그럼 내 초등학생 딸에게 뭐라고 설명해야하지? 아빠는 잘못 없지만 감옥에 몇 년동안 다녀올 테니 기다리라고? 언론을 통해 조리돌림 당하고 내 가족 신상 털리고 아내와 자식들이 손가락질 당하고 따돌림 당하는걸 지켜봐야한다고? 심지어 결국 내 잘못이 없는데? 그리고 나 없는동안 가족들은 뭘 먹고 살지?

선진국에서 의사를 이렇게 형사처벌 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물론 고의가 있었거나 중대하게 과실을 했다면 처벌 받아야죠. 그러나 통계를 보면 형사처벌되는 의사수는 미국 매년 1명미만, 캐나다 매년 1명미만, 독일 매년 1명미만, 영국 매년 1명가량, 프랑스 매년 10명가량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매년 130명 이상의 의사가 형사처벌 받습니다. 작년에 제가 있는 인천적십자병원 외과에서 일했던 과장님이 구속 수감되었고, 올해 제가 아는 모 대학병원에서 일했던 응급의학과 의사도 구속되었습니다.

doctors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8503

docdocdoc.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08328

누군가 죽었으니 책임을 져야죠. 맞습니다. 사람이 죽었는데요. 그런데 왜 선진국은 돈으로 배상하라고 하고 의사를 감옥에 넣지 않을까요? 결국 환자가 죽고 처벌받게되는 과는 ‘필수과’입니다. 생명을 구하고 열심히 하는 의사들을 처벌하면 할수록 환자도 안 죽고 처벌도 없고 돈도 많이 버는 피부미용, 물리치료, 통증으로 다 빠져나가기 때문입니다. 당장은 통쾌하겠지만 그럴수록 ‘필수의료’는 붕괴됩니다. 지금의 대한민국처럼.

제가 본 환자가 잘못되었다면 당연히 저는 책임을 질 것입니다. 사과를하고 환자가 회복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치료비는 물론 위로금과 후유증에 대한 보상도 해야겠지요. 당연히 민사소송을 통해 돈으로 보상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형사소송은요? 국제기준에 전혀 맞지 않게 의사들을 형사로 탈탈 턴다면 제가 버틸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 제 손으로 사망선고한 환자가 700명이 넘습니다. 이미 심장이 멈춰 119를 통해 오는 환자도 있었고 병원에서 상태가 악화되어 사망한 환자도 있었습니다. 그 700명 중 이대 목동 사건처럼 이 잡듯이 탈탈 털면 과연 저는 안전할까요? 자신 없습니다. 두렵습니다. 지금처럼 가파르게 형사 처벌이 늘고있고 의사를 감옥에 집어 넣는다면 저와 아내는 더 이상 필수의료를 하지 않을겁니다. 돈을 더 벌기 위해서가 아니고, 제 가족을 지켜야하고 감옥에 가서 제 딸과 헤어지는 것, 그것을 아이에게 설명해야하는게 너무나 두렵기 때문입니다.

긴 넋두리 죄송합니다.

출처

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18642198?od=T31&po=0&category=0&groupCd=board_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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